윤동주 시인의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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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십자가〉
  • 김경남 기자
  • 승인 2020.08.27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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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지리한 장마와 그로인한 수해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힘든 삶을 이어가던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겹게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하여 대구에서는 신천지가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전광훈 목사를 추종하는 사랑제일교회가 주목받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종교는 인간의 원죄와 신의 사랑을 얘기하며, 십자가의 구원을 팔아 헌금을 사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팔고 있는, 고통 받고 핍박 받는 이들을 위해 슬퍼하며 쓰러져간 예수의 십자가는 처음부터 그 곳에 없었다. 그들은 언제부터인가 그 십자가를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못하도록 교회 첨탑위에 매달아 놓았다.

일부 보수교회에서 성경을 근거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성수자를 차별하지 말자고 하는 차별금지법이 오히려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한다고 한다.

2000년 전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한 여자를 예수 앞에 끌고 와 성경(모세 율법)을 근거로 돌로 쳐 죽이겠다고 했다. 예수는 바닥에 무엇인가를 쓰고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고 했다.

만일 예수가 이 시대에 다시 태어나 보수교회 목사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일부 보수교회 목사들과 그들을 따르는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오히려 간음을 '옹호'하고 '조장'한다며 예수까지 돌로 쳐서 죽이려 했을 것이다.

2000년 전 예수는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했다. 더 나아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했다. 예수는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하고, 핍박 받고 고통 받은 이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보수 교회들은 예수의 '화해'와 '용서', '사랑'을 기록한 신약성서가 아닌, 물로 온 인류를 수장시키고, 소돔과 고모라를 갓 태어났을 간난아이들까지 처참하게 불과 유황으로 태워 심판하는 진노의 하나님(야훼)을 기록한 구약성서를 근거로, 카인처럼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돌을 들어 내 이웃을 내리치고 있다. 내 이웃을 돌로 내리치는 것이 성경에 기록된 진노의 하나님(야훼)의 뜻이라며...

윤동주 시인이 살고 있던 일제강점기가 아닌 지금도 바리새인보다 더 탐욕에 물든 일부 목사들이 교회를 소유하고 지배하고 있다. 이들로 인해 햇빛은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려 사람들을 비추지 못하고, 종소리도 첨탑에 갇혀 세상에 울려 퍼지지 못하고 있다.

*** 윤동주 시인은 도쿄 유학시절인 1943714일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1944331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1945216일 그의 나이 29세에 사망했다. 윤동주 시인은 서시’, ‘자화상’, ‘별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이다. 윤동주 시인의 시만 보면 시인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그러나 시인이 체포되어 징역 2년형을 선고받게 된 죄명이 독립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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