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 시인의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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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옥 시인의 〈장마〉
  • 김경남 기자
  • 승인 2020.07.24 14: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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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한 번은

실컷 울어버려야 했다

흐르지 못해 곪은 것들을

흘려보내야 했다

부질없이 붙잡고 있던 것들을

놓아버려야 했다

 

눅눅한 벽에서

혼자 삭아가던 못도

한 번쯤 옮겨 앉고 싶다는

생각에 젖고

 

꽃들은 조용히

꽃잎을 떨구어야 할 시간

 

울어서 무엇이 될 수 없듯이

채워서 될 것 또한 없으리

 

우리는 모두

일 년에 한 번씩은 실컷

울어버려야 한다

 

*** 며칠째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이방인에서 뫼르소의 살인동기가 따가운 햇빛 이었다면 살인의 추억에서는 비가 살인의 매개였다.

우연이겠지만 정두언 의원이나 노회찬 의원, 박원순 시장은 그 자살동기가 어디에 있든 7월 장마철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치인들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가슴에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은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 것이냐, 그 상처도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보듬고 감싸 안으며 살아갈 것이냐, 그건 자신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우리 몸 어딘가가 찢기고 베여 피가 나고 곪아 썩어간다면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썩어 냄새나고 진물이 흐를수록 상처를 씻어내고 보듬고 감싸 치유해야한다.

진주조개가 모래에 의해 상처 난 곳을 감싸고 보듬어 진주를 만들 듯이, 우리도 상처 난 곳을 보듬고 감싸 치유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 사회가 베이고, 찢겨 상처 받고 소외된 이들을 감싸고 보듬어 주지 못한다면, 이 사회는 썩고 문드러져 결코 그 상처에 의한 합병증으로 죽어 갈 것이다.

장맛비가 몇날 며칠 비를 뿌려 세상에 고이고 쌓였던 온갖 더러운 것을 쓸어버리듯이, 우리도 일 년에 며칠은 우리의 아픈 곳을 들여다보고 그 아픔에 서럽게 울어야 한다.

그래서 그 눈물로 아픈 곳, 썩어 문드러진 곳의 상처를 닦고 고름을 씻어내야 한다.

장맛비를 핑계로 어디선가 고통 받고 있을,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가슴속에 술 한 잔 털어 붓자, 그리고 한번쯤 그들을 위해 서럽게 울어보자.

아직 장마는 끝나지 않았고, 우리의 뜨거운 눈물도 마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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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간구호 2020-07-25 10:43:18
장마. 그렇지 삶이 먹먹할 때
한두번 뒤집히는 것도.
김기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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