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의 오래된 음식점 이야기_연재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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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오래된 음식점 이야기_연재에 앞서
  • 김재범_발행인/편집주간
  • 승인 2020.07.22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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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빵의 역사>(원제: Six thousand years of Bread)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독일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 하인리히 E. 야콥이라는 이름은 생소했다. 그런데 이 책은 무려 4천 권에 달하는 문헌을 참고한 어마어마한 저작이었고 이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의 또다른 역작 <커피의 역사>를 펴내기 전 제빵 관련 잡지의 편집장이었던 선배가 <빵의 역사>가 제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꽤나 알려진 고전이라고 귀띔해주었다. 나는 이 흥미로운 저작들이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한참을 기다렸다 받은 초벌 번역본의 문장은 간결하고 속도감 넘쳤다. 처음에는 이 책이 단순히 주식에 대한 잡학상식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방대한 저술에서 먹고 사는문제에서 한 번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인류의 고단한 역사를 서술하고 있었다.

음식 이야기는 다름 아닌 사람의 이야기다. ‘괴로워도 슬퍼도사람은 음식을 먹는다. 음식은 생존을 위해서 나아가 지치고 힘든 이를 위로하고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 한 사람이 평생 먹은 음식에는 그 사람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온전한 역사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아산의 오래된 음식점 이야기 연재를 기획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낯선 여행지에 가면 우리는 가장 먼저 먹을 음식을 걱정한다. 향신료에 적응하지 못한 한 후배처럼 중국 여행 내내 맥도날드 매장을 전전할 수도 있다. 사전 정보가 없으면 비계가 9할인 태국식 돼지고기볶음 덮밥을 먹을 수도 있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에 맞지 않는 음식 탓을 하지 왜 그들이 그 음식을 먹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아산에는 특별하게 먹을 게 없어요.”

탈서울을 감행하고 이곳에 정착할 즈음 한 지인은 아산의 먹거리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름 맛집을 잘 정리해놓은 어느 공무원의 리스트에는 영양탕, 염소탕, 토끼탕 등 이른바 보신음식이 8할이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는 그들만의 먹을거리가 있고 그 지역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짝 성공하고 사라지는 음식점보다 아산의 역사와 함께 해온 식당과 사람들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 연재에 등장하는 식당들 중에는 맛집 리스트에 들어있지 않은 곳도 다수일 것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도 있을 것이다. 취재에 나서기 전 내가 믿는 한 가지가 있다. 삼사십 년 이상 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음식점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지금까지 취합한 리스트 중에서 가장 먼저 찾아갈 곳은 온양온천역 앞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유림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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