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의 〈부치지 않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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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부치지 않은 편지〉
  • 김경남 기자
  • 승인 2020.07.10 14: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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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 이슬에 새벽 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 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박원순 시장이 실종 7시간 만인 10일 새벽에 숨진 채 발견됐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며 그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침통한 울림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좌파와 운동권의 민낯이라며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밝혀지지도 않은 성추행 사건과 연관 지어 박원순 시장을 가해자로 몰아 추모 분위기조차 2차 가해 행위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기 보다는 이를 조롱하고, 매도하며 이리 모질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그의 삶이 평범하지 않았기에 그의 삶에는 수많은 공도 있겠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과 과를 떠나 오롯이 한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며 그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이 그리 잘못된 일인가?

살아생전 그와 함께 지낸 가족들과 친인척들, 그와 깊은 친분을 나누며 함께 했던 동지들, 그리고 그를 따르던 수많은 이들에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큰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들이 장례 기간만이라도 유족들과 함께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할 수 있도록 고인에 대한 조롱이나 비방, 매도는 삼가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박원순 시장의 유서가 공개됐다죽음 앞에서 가족들과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 글을 썼을 고인의 모습에 또 다시 눈시울이 젖어든다.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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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2020-07-11 01:30:2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안타깝네요.

.. 2020-07-10 20:11:27
(객관적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미안함조차 없는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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